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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말 이럴 수가 있는 거야?···”
2012년 06월 13일 (수) 18:17:00 이제두 juyp6633@hanmail.net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우연히 술자리가 벌어지고 있다. 자연스런 사적인 만남이다. 그곳에는 기자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얼마 후 기자는 제보를 받았다.

다름 아닌 술을 함께 마신 사람과 관련된 유쾌하지 않은 제보를···

열심히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해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신문에 기사가 실렸다. 함께 술을 마신 당사자는 그 기사를 보자마자 기자에게 전화를 건다.

“아니! 정말 이럴 수가 있는 거야?”

이어서 “나하고 술도 같이 마셨는데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가 있는 거야?” 반말인지 긴말인지, 잔뜩 열을 받아서 다짜고짜 내뱉는 말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기자는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해지고 할 말을 잃게 된다.

신문에 종사하면서 왕왕 겪는 일이다. 이제는 이런 전화를 받게 되면 으레 그러려니 한다. 심한 경우는 이보다 더 험한 말도 감수를 해야 한다. 아니, 폭언에 협박성 발언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우리 한민족은 여러 면에서 매우 장점이 많은 민족이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조그마한 나라가 현대세계사에 있어, 변방이 아닌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우리 한민족은 당당히 세계사의 중심에 우뚝 서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이면에 역기능적인 우리의 잘못된 관습이 투영되어 유감스럽다. 다름 아닌 ‘공(共)과 사(私)를 구분하지 못함’이다.

위에서 열거한 ‘술자리’는 지극히 사적인 자리다. 기자는 기사를 쓰는 일이 본업이거니와, 기사는 사회의 공기로서 공적인 속성을 지닌다.

‘그냥 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의 고유영역에까지 침해하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사적인 영역을 타인의 공적인 영역에까지 무리하게 끌어들여 비약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면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적인 면과도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놈의 정 땜에 무슨 일을 하고 못하고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끈끈한 정(情)의 문화’는 우리 한민족의 공동체적 생활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역기능적인 병폐도 만만찮은 현실이다.

따라서 ‘아는 사이’에서는 무조건 좋은 얘기만 써야 되고 좋은 말만 해야 한다?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이 같은 병폐는 친분에 비례해서 나타난다.

당연히 공적으로 처리하는 업무임에도 스스로 족쇄가 되어,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면서 고민을 거듭한다. 그냥 공적인 일은 공적인대로, 사적인 일은 사적인대로 처리를 하면 되는 것을···

우리의 정서상 “나랑 술도 같이 마셨는데 나를 까는(?) 기사를 쓸 수가 있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라치면 그 글쓴이는 하루아침에 천하에 나쁜놈, 미친놈, 의리 없는 놈이 되고 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그야말로 마녀 사냥인 것이다.

기사가 잘못됐다면 그에 따른 적절한 방법으로 대응을 하면 될 것이다.

“나랑 친한데 그럴 수가 있느니 없느니, 배신감을 느끼느니 어쩌느니 등등···” 이 같은 사적인 감정을 앞세워 대응하는 방법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며 유치한 대응인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구분해 사고하고 행하는 일이 정말 요원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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