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카페 전경.

건설인들의 모임공간인가? 아니면 건축자재박물관? 그럼 공사현장과 관련된 그 무엇? 이것도 아니면 주인 성씨가 공씨라서?···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특이한 상호에 궁금증을 안은 채 공사장카페를 찾는다.

이윽고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의 눈은 휘둥그레진다. 실내는 온통 건축자재로 갖가지 모양을 냈을 뿐 아니라, 건축공사장에서 나뒹구는 건축자재로도 이렇게 훌륭한 인테리어에 놀라서다. 또한 궁금증은 단박에 사라진다. 운치 있고, 세련되고, 분위기 그윽한 카페임을 깨닫는다.

최재학 이사장.

그런데 그 많고 많은 상호 중에 왜 하필 ‘공사장’이냐구요? 물론 온통 공사장 자재로 실내를 꾸몄기에 그렇기도 하거니와, 여기에는 카페 주인장인 최재학(54) 은혜재단 이사장의 숨은 속뜻이 있다.

“‘공사장’에서 아무 탈 없이 무사히 공사를 잘 끝내야 아름다운 건축물이 탄생하듯이, 우리네 삶도 ‘공사장’과 같아서 살아가면서 숱한 풍상을 겪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 인간승리야말로 더없이 고귀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이사장의 말이다.

최재학 이사장은 20여년 전에 양평에 둥지를 틀고 자신도 장애를 지니고 있는 탓일까?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해 오면서, 현재는 (사)은혜재단 산하에 ‘은혜의 집’과 ‘지게의 집’을 부인과 함께 확대운영하고 있다.

“양평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차 한 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없었습니다. 장애인은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불편합니다. 따라서 고민을 하다가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벽을 허물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편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면서 이런 카페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최 이사장은 양평에 정착한 후로 7년여 동안 건축 일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모아 놓은 건축자재로 카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게 되었다는 것. 더욱이 그는 직접 두 달여에 걸쳐서 손수 구상하고 인테리어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대표메뉴인 고추빵은 최이사장이 직접 개발
메밀전병도 산지에서 직접구매, 전통적인 맛 살려

쥔네가 직접 개발한 메뉴.

공사장 카페의 대표적인 메뉴는 ‘고추빵’과 ‘메밀전병’이다. 특히 고추빵은 그가 직접 개발한 메뉴다. 고추처럼 생긴 고추빵은 만두처럼 갖은 양념을 넣은 후에 틀에 넣고 구워낸다. “무엇보다도 고추빵은 구울 때 기름을 바르지 않고 굽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최고”라고 최이사장은 자랑을 거듭한다. 맵고 단백한 맛이 특징이다.

메밀전병도 그가 심혈을 기울이는 메뉴다. 어릴 적 시골에서 보리밥이 먹기 싫어서, 메밀전병을 먹게 되었는데 그 때 맛을 잊을 수 없어서 대표메뉴로 선보이게 됐다는 것. 메밀은 강원도 평창에서 직접 구입, 우리메밀로 전통적인 맛을 살렸다.

정성이 깃든 다양한 커피와 녹차, 생과일주스는 공사장카페만의 맛을 느끼게 한다.

공사장카페는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각종 기능성 비누를 비롯해서 수건, 볼펜, 지갑, 생활자기와 소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 구입함으로써 장애인도 돕고 생활에 보탬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그 곳에 가면 장애인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망치, 톱, 드릴, 샷보드, 삽, 곡괭이, 카트기, 안전모 등등 공사장에서 쓰는 온갖 물건들을 다 모아서 꾸몄음에도 전혀 삭막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친근하고, 세련되고, 운치 있는 공사장 카페. 여기에 아담하게 설치한 라이브무대는 분위기를 더해준다.

공사장카페는 지난 4월28일로 문을 연지 1돌을 맞았다. 아직은 손님이 많지 않지만 꾸준히 매니아들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카페 실내와 라이브 무대.

양평읍에서 용문방향으로 5분여를 달리다보면 양평지방공사가 눈에 들어온다. 건너편 아담한 3층짜리 건물이 바로 공사장카페다.

2층은 카페, 3층은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석으로 꾸며져 있어, 각종 단체 행사나 세미나 등을 개최하기에 제격이다.

영업시간은 평일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수요일과 일요일엔 오전 11시~오후 10시까지다. 전화문의 774-8338(양평군 양평읍 대흥3리 5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