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상 남양주한양병원 응급의학과장)

"안면 마비"

몇 달 전 일요일입니다. 주말은 공휴일과 함께 응급실에서 가장 바쁜 날 중 하나입니다. 동네 의원이 다 문을 닫고 병원들도 외래를 열지 않기 때문이지요. 오후 3시경 얼굴이 마비되었다면서 46세 아주머니 한 분이 걸어 들어오셨습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어 약을 먹고 있는 것 말고는 특이 사항은 없었습니다. 물론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앓은 적도 없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왼쪽 얼굴이 불편한 듯 했는데 아침에 식사를 하는데 국물이 입 한쪽으로 흘러내리고 거울을 보니 왼쪽 눈이 잘 감아지질 않고 이마 주름도 잘 지어지지 않아 내원했다고 합니다.

우선 다른 곳엔 문제가 없는 지 살펴봅니다. 얼굴 감각은 특별히 이상이 없고 음식이나 물을 삼키는 것엔 아무 이상이 없고, 팔다리 감각이나 힘이 빠지는 것도 없습니다. 뇌 CT를 촬영하고 응급으로 심전도를 포함한 기본 검사를 시행하지만 모두 정상입니다. 환자 분은 그 외 특이 사항이 없어 나중에 신경과 외래로 내원하기로 하고 약을 처방한 뒤 귀가시켰습니다.

안면 마비라는 질환입니다. 질병의 원인은 아직 전부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병의 절반 정도는 바이러스가 안면 신경에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켜 발생합니다. 안면 신경은 주로 얼굴을 움직이는 근육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안면 감각이나 혀를 움직이거나 삼키는 데에는 특이 증상이 없습니다.

물론 뇌경색이나 뇌출혈처럼 의식이 떨어지거나 말을 못하거나 한 쪽 팔다리 힘이 빠지는 반신 마비도 없습니다. 이것이 뇌경색이나 뇌출혈과 안면 마비의 큰 차이점이지만 이러한 질환이나 뇌종양에서도 얼굴 마비가 동반될 수 있으므로 뇌 CT 등의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얼굴 마비가 심하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지만 약하게 있는 경우는 나중에서야 주위 사람들이 보고 이상하다고 하여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도 있게 됩니다. 얼굴 마비는 눈을 깜박이거나 감기가 어렵고 코를 벌름거리거나 눈썹을 들어 올리거나 이마 주름을 잡기가 힘들어 지는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미국에서는 연간 10만 명 중 20명 정도 이환된다고 하며 임신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3배, 당뇨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배 정도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치료는 주로 항바이러스제와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며 증상이 시작되기 3일 이전에는 먹어야 합니다. 한방에서 침을 놓기도 하나 아직 그것에 대한 정확한 연구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후는 80퍼센트 이상이 3주 내에 회복되며 완전히 회복되는 데 3내지 6개월의 기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12퍼센트 정도는 중등도의 후유증을 남기게 되며 4퍼센트는 회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마비가 남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합병증으로 염증이 귀의 신경을 함께 침범하면 청력이나 위치 평형감각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귀 근처에 수포처럼 보이는 발진이 있기도 합니다. 또한 안면 마비로 인해 눈이 잘 감기지 않게 되면 계속된 노출로 인해 각막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안면 마비가 있게 되면 외모적으로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고 주변의 안 좋은 시선 때문에 힘들어 할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4월이 다 끝나가고 있지만 날씨는 아직 봄이 정말로 왔나 할 정도로 푸근한 날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응급실 창문 밖으로 빗물이 부딪혀 귀여운 소리가 납니다. 잠시 사색에 빠져볼 까 해도 어느덧 앰뷸런스 소리에 마음을 붙잡고 새로 들어올 환자가 어디가 좋지 않은지 궁금해 합니다.